보도자료
2018.04.27_[참여와 혁신] 어리다는 이유로 함부로 대해도 되나요?
- 작성일2018/05/03 10:00
- 조회 2,005
어리다는 이유로 함부로 대해도 되나요?
- 강은영 기자
- 승인 2018.04.27
알바 청소년의 근로현장 백태
[인터뷰] 청소년권익근로센터
지난 3월 스마트학생복이 초·중·고생 5,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10명 중 2명이 아르바이트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아르바이트를 경험한 학생들 중 부당대우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7%다. 어리다는 이유로 차별대우와 급여지연 및 미지급, 지나친 업무량 등 부당대우를 받았다는 것이다.
매년 청소년 아르바이트생은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이 받는 부당한 대우는 개선되고 있지 않다. 근로기준법이 해마다 변하니 제대로 된 정보를 얻기 쉽지 않다. 청소년 근로권익을 보장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에서 청소년근로권익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다음은 1문 1답을 통해 알아본 청소년근로권익센터의 이모저모.
어려운 진정처리, 대신해드립니다
청소년근로권익센터는 어떤 취지를 가지고 설립 됐고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아르바이트 근로자들 중 청소년 노동자가 차지하는 부분이 많아지고 있다. 임금체불과 같은 부당행위가 발생하면 노동청에 진정사건을 신청해 해결할 수 있다. 노동청에 접수를 하고 사건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해야 한다.
관공서의 운영시간에 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하교 후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기 때문에 출석하기 어렵다. 부모님과 비슷한 나이대의 사업주를 대해야 하니 문제제기하는 것을 힘들어한다.
이런 청소년들의 어려움을 대신해 노무사들과 함께 사건 대리를 진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청소년근로권익센터에서 제일 많이 하는 활동은 상담과 권리구제다. 상담의 경로는 전화, 카카오톡, 채용포털 등이 있다. 상담을 통해서 진정처리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전국에 있는 260명의 노무사들과 지역별로 연결해 진정처리로 넘어간다.
두 번째는 찾아가는 노동교육이다. 주로 특성화고등학교에 찾아가 노무사와 함께 노동관계를 교육하고 학교 이외의 기관이나 단체에서 교육을 의뢰하면 찾아간다. 마지막으로 관련 기관들과 연계해 홍보를 진행하거나 SNS와 취업 포털 사이트를 이용한 홍보를 하고 있다.
상담과 권리구제는 어떻게 진행되는가?
상담은 1차 상담과 2차 상담, 진정처리 과정으로 나뉜다. 1차 상담은 센터에서 이루어지는 데 주휴수당이나 근로계약서 작성과 같은 아르바이트에 대한 전반적인 질문이 많다. 주로 상담하는 청소년들은 17~22세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이 대다수다. 수능이 끝난 11~2월 상담량이 전월 대비 40%이상 증가한다.
일반적으로 대형 프랜차이즈보다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관련 지식을 모르거나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보니 청소년들을 함부로 대하는 경우가 있다.
1차 상담 후에 청소년과 사업주가 대화를 통해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는 경우도 있지만 스스로 해결이 어려운 경우 센터에서 직접 전화해 사전조정을 하는 데 이것이 2차 상담이다. 여기서 해결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고, 청소년들도 진정 없이 해결되길 원한다.
사전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노무사를 배정해 진정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상담으로 문제해결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진정처리과정으로 들어가는 경우는 30%이하다.
청소년노동, 현장은 천차만별
상담 처리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들이 있다면?
황당한 일들이 정말 많다. 주휴수당을 빵으로 주겠다거나 현금으로 지급해야 할 임금을 상품권으로 지급하는 경우도 있다. 편의점 같은 경우 면접 볼 때 폐기상품을 주겠다고 했는데 추가수당을 요구하면 폐기상품 먹은 것을 문제 삼는다. 실제로 절도죄로 신고하는 사례도 있었다.
반면에 보람을 느끼는 부분도 있다. 보통 임금체불이 해결되고 나면 많은 청소년들의 경우 연락이 끊긴다. 그 중에도 돈 잘 받아서 감사하다고 연락해주는 청소년도 있다. 최근에는 카카오톡으로 너무 고맙다고 기프티콘을 보내겠다는 친구가 있었는데 괜찮다고 말렸다.
진정처리 과정에서 느꼈던 어려움이 있다면?
근로를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명 자료가 있어야 하는데 없는 경우가 많다보니,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하게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근로계약서 미작성이 그 중 하나인데 작성하지 않았다고 해서 근로사실이 부정되지는 않는다.
다만, 면접 시 사업주와 얘기했던 근로조건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하기가 어렵다. 임금체불 문제만이 아니라 성희롱이나 폭언의 진정처리 과정도 쉽지 않다.
입증할 증거가 없어 피해자의 진술로 진정이 이루어진다. 똑같은 얘기를 여러 번 반복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 진정 자체를 힘들어한다. 그 때문에 진정을 주저하거나 기피하는 경우도 있고 도중에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전국 260명의 노무사들이 무료로 진정처리를 진행하고 있다.
사회봉사 활동 차원에서 하는 분들이 대다수다. 노동관계법이 근로자 보호에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 약자인 노동자들을 보호해줘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이 많다.
센터가 만들어진 이유 중 하나도 청소년들의 임금체불 사건을 노무사 사건 시장과 연결하기에는 금액 자체가 현저히 적고 시장을 좌지우지할 정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일례로 임금체불 된 청소년이 직접 노무사를 찾아가 상담을 한 적이 있다. 당시 노무사가 수임료를 받기 부담스러워 센터와 연결해 무료로 진정을 진행해주겠다고 한 사례가 있다.
청소년도 당당한 노동자다
청소년아르바이트에 있어서 문제되는 점이 있다면?
청소년 사건을 다루다보면 단순하게 노동 관계법을 위반한 것보다는 인권침해 사례가 많이 발생한다. 나이가 어린 친구들이다 보니 돈 좀 적게 줘도 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청소년인권에 대한 시각이 현재보다 많이 개선돼야 한다.
청소년들과 교육을 하면서 강조해서 말하곤 하는데, 사실 청소년을 상대로 한 교육보다는 사용자들한테 교육하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교육 대상이 사용자한테 확대되고 의무화 될 필요가 있다.
특성화고 같은 경우 고등학교를 졸업 후 바로 취직으로 연결되는 학생들이 많다. 노동법과 관련된 교육을 많이 접해 전반적인 내용에 대해 알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 반면에 인문계고 같은 경우는 근로 교육을 받을 기회가 없다. 수업을 해도 피부에 직접 와 닿지 않아서인지 열심히 듣지도 않는다.
그러다보니 노동법에 대해 특성화고 학생보다 대학생이 모르는 경우가 많다. 대학생을 상대로 한 노동법 교육이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노동관계법 수업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노동인권에 대해서 공부하게 된다. 그 과정을 통해 노동인권에 대한 인식도 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청소년 아르바이트생들은 최저시급이 1만 원으로 인상되면 큰 혜택을 받을 수도 있지만,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최저시급이 인상되면 당연히 고용률이 낮아지고 근로시간이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건 최저시급 인상에 따른 고용에 대한 가치나 노동을 바라보는 시각들이 지금보다 더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 지금 노동을 바라보는 시선이 경시나 폄하의 느낌이 강한데 시급이 인상된다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지만 노동에 대한 가치나 인식이 현재보다 많이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고, 앞으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될 청소년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가장 중요한 건 근로계약서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출퇴근 기록부 같은 거라도 꼭 챙겼으면 좋겠다. 근로계약서는 근로 사실 입증 자료 중 하나인데 사업주가 먼저 쓰자는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계약서를 쓰지 않으면 근로 조건이 계속 번복된다. 계약서를 쓸 때 이상한 내용이 없는지, 근로기준법을 위반 한 내용이 없는지를 확인하고 사인해야 한다.
청소년들이 책임 의식을 가지고 아르바이트에 임했으면 좋겠다. 최저시급이 올라간 만큼 일을 좀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생각하고 돈을 쉽게 버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제도가 근로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변하는 만큼 그에 대한 마음가짐도 바꿔야 한다.
청소년근로권익센터의 앞으로 활동 계획은?
청소년들이 부당대우로 인해 상처를 받고 센터로 상담을 하는 경우가 많다. 대응해주는 입장에서 문제 처리하는 것을 우선하다보니 사무적으로 말하게 된다. 추가로 상처받는 청소년도 있다.
처음으로 노동을 경험하기 때문에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되면 성인 근로자에 비해 심리적으로 미성숙한 부분이 있어 위축이 되거나 사회성이 낮아지는 경우가 많다. 사건해결과는 별도로 심리 안정 치유나 케어해줄 수 있는 지원시스템을 구체적으로 만들어나갈 생각이다.
정부부처가 청소년 노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각 기관에서 하는 일들이 비슷하다. 청소년은 학생이기도 하지만 다른 역할들이 중첩되어 있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기관을 만들지 못한다면 민관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러 단체들의 장점이 있으니 부족한 부분을 서로 도움 받아서 청소년들에게 보다 큰 지원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올해는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사업이나 시스템을 내실화 하고 공론화 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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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영 기자